눈을 뜨면 보이는 것들

작성자

김관숙 크리스티나

작성날짜

02-06-2019 Wednesday
 

 나는 15층 아파트 3층에 살고 있다. 북향이라 햇빛은 여름이 되어야 아침 저녁 잠깐씩 얼굴을 디밀어서, 햇빛 바라기 화초들은 키울 생각을 못 한다. 아파트 정원의 산책 길을 사이 하고 중고차 딜러가 있어 눈 요기란 도심의 빌딩 너머로 보이는 먼 하늘이 전부였다. 그나마 아파트 담을 끼고 서 있는 아카시아 나무 두 그루가 사 계절 다른 모습으로 눈을 즐겁게 해줄 뿐이었다.

 어느 날부터 중고 차들이 하나 둘 빠져 나가더니 땅이 파헤쳐 지고 포크레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년 계획으로 쇼핑몰 건물이 들어선다는 소식이었다. 내 발코니의 화초들은 여름이 되어도 햇빛을 보기 힘들겠구나, 나는 앞으로 건물 뒷벽만 바라 보며 살게 생겼구나, 싶었지만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이렇든 저렇든 주님께서 내게 시간을 허락해 주셔야 되는 일이었다.

 며칠 후부터 시작된 먼지와 소음은 가히 폭력적이었다. 마치 화산 재가 뒤덮이는 듯 아파트 정원과 내 발코니는 손쓸 사이도 없이 뽀얀 먼지를 뒤집어 썼다. 그냥 먼지가 아닌, 화학 성분이 뒤섞인 아주 고약한 물질이었다. 게다가 이른 아침부터 포크레인과 굴착기가 바로 귀밑에서 굉음을 질러대니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집중이 필요한 일은 할 수가 없어 신경은 있는 대로 곤두섰다. 두 딸네와 도서관을 찾아 번갈아 피신(?)을 다니던 끝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라면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집에 있을 때는 이어 플러그나 이어폰을 사용하고 독서나 글쓰기는 거의 포기한 채 자주 외출할 일을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잘 것도 없는 거실 창 앞에 섰다가 처음으로 근로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 막연하고 추상적이던 건축과 근로자의 이미지가 현실로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건축 현장은 드라마에서나 보았을 뿐 건물 하나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까지 얼마나 많은 두뇌와 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허리에 공구 벨트를 차고, 보기만 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철재들을 어깨에 메고 현장을 누비는 이들을 바라보노라니 자연스럽게 화살 기도가 나왔다.

화살기도주여 저들을 축복해 주소서. 저들이 항상 일 할 수 있게 해 주소서! 

 그 날 이후 더 이상 시끄럽다고, 저 공사가 언제 끝나나, 애 태우며 불평하지 않았다. 나는 수시로 창 밖을 내다 보며 그들의 땀과 노고가 빚어 내는 가족의 사랑과 의무와 책임 그리고 삶의 숭고함에 소리 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귀에 또 다른 망치 소리가 들리는 거였다. 어느 청년의 대패질과 못질하는 망치 소리. 바로 공생활 이전 예수님의 삶의 소리였다.

 예수님도 근로자였다. 아버지 요셉에게 목수 일을 배우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손수 대패질을 하고 못을 박고 식탁이며 의자 등 생필품을 만들어 팔아 어머니를 섬기며 생활을 했을 것이다. 눈앞의 근로자들을 통해 나는 비로소, 자신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생업에 충실했을 예수님의 성실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가 다 근로자다. 어떤 직종에서 어떤 일을 하든 시간과 두뇌와 노동력을 팔아 빵을 사고 그 빵으로 자신의 삶을 꾸리며 가족을 부양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은 누구나 비슷하다.

           지금 이 순간도 철재 합판에 못질을 하는 망치 소리가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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